「내가 필요하게 될 거다.」
〈백지의 무덤〉
SДҜДҜIБДЯД SHIИ
미출간|榊原 信|남자|19세|0611|180cm
【특별반 적합 여부 평가 결과】
서적의 활자로 무기를 만들어내어 활용하는 능력. 여전히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적은 공신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제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등부로 올라오며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책들에 있는 활자도 꿈틀거리며 움직이게 되어 불편을 겪고 있다. 잉크로 이루어진 것들은 서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성질을 가졌다. 대체로 능력의 주체가 되는 인간의 위를 기어 다니거나 바닥에 스며들어 사라진다. 서적에 있던 활자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으니 여전히 능력 자체는 활자의 무덤인 셈이다.
중등부까지는 능력을 소멸시키는 방법에 집중하느라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였으나, 이젠 제법 공격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명 구출이나 보호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니 감시는 필수적이다. 더 이상 글자의 소멸을 염려하지 않으며 종종 과감한 선택을 일삼기도 한다. 스스로를 일종의 수단이라 여기는 것은 덤.
【自己紹介書】
- 불완전
- 고정된 신념
- 미성숙
- 외관
잿빛의 머리카락과 밝은 녹빛의 눈동자, 지나치게 깔끔하다 싶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는 차림새. 그런 행색이면서도 존재감은 없는 축이다. 늘 들고 다니는 서적은 더 이상 낡지 않은 모습이며, 오히려 멀끔하다. 새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 몇 번이나 갈아치운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손가락 끝이 거무죽죽하게 물들어 있는 게 눈에 띈다. 물든 게 아니다. 뜻 모를 글자들이 살 위를 기어 다니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무렵에야 남자가 입을 연다. 달라진 건 없다, 그러니 비켜. - 불신의 연대기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살아있다면 그 누구든 일련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그건 불변의 원칙이다. 그가 지난 몇 년 간 가족들에게 녹빛의 보석이 박힌 목걸이나 부적을 선물로 갖다 바치며 매번 손수 작성한 편지까지 보냈다는 사실을 특별반 소속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행위는 어쩌면 원칙을 깨고 불변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집에 돌아오라는 답장을 받은 후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선택했다. 통보와 와해. 고등부로 올라가기 전의 무더운 여름이었다. 세상에는 갖은 노력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신은 그 사실을 뒤늦게 마주했다.
- 사카키바라 신
자신의 본질 중 하나인 이름이 일시적으로 사라져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본질은 불신이 아닌 불완전이다.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끌어 안고 골몰하는 것이 일상 중 대부분이며, 시간을 빈틈 없이 쪼개어 사용한다. 모든 시간을 숨 가쁘게 보내고 있으니 누군가와 어울릴 여유는 없다. 그러다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쉽게 곁에 누군가를 두지 않는 만큼, 이어지고 있는 관계라면 스스로가 먼저 끊어내기까지 바란다는 것이다. 단절. 그런 이유로 지구의 멸망이든 문명의 몰락이든 두렵지 않다. 그리고 절멸. 오히려 끝을 암시하는 모든 것을 기꺼워 한다. 무엇이 무너지든 종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절대자를 바라면서 허상에 기대는 마음은 언제나 공고하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일은 없다. 위협이 가까워지면 가족은 다시 자신을 찾을 것이다. 자신은 그때 손 한 번만 내밀면 그만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한 마음은 뚜렷하다. 이렇게 보면 명백히 미성숙한 인간이다.
- 갈등
실수가 아닌 이상 거짓말을 입에 담지 않으며 구태여 제 성정을 숨길 생각도 없다. 이 때문에 갈등에 휘말리는 것은 일상이다. 특별반을 넘어 일부 다른 학급 학생들과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원 도시에서 그를 알고 있다면 대부분 좋은 소문으로 알게 된 것은 아니다. 특히 작년에 일반인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적도 있으니 설명은 구태여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다. 이젠 누군가를 지킬 생각은 없어 보이나 의외로 일반 결계는 단단하게 작용한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기대의 반증이기도 하다.
결계를 목격한 나나시의 말에 따르면, 결계는 거대한 배의 형태라고 했다. 그 위를 수많은 글자가 기어다니고 있으며, 사라진 뒤에도 잉크가 지표면을 덮고 있는 것처럼 주위가 온통 검게 죽어 있다고. 처음 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던 날, 그는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거대한 비와 홍수 속에서도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방주를 지어 산 위로 올릴 수 있게 되었는데 정작 지키고 싶은 사람은 곁에 없다. 그는 학원 도시에서 온전한 외딴 섬이 됐다.
- 기타
고등부로 올라가며 도시 내부에 새롭게 집을 하나 구했다. 그의 충동적인 권유로 인해 마츠다 로쿠로와 임시로 함께 지내고 있는 중이다. 특별반 내부 인원에게는 주소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으며 숨긴 적 또한 없다. 이따금 들리면 밥 한 끼 정도는 먹고 가라고 서슴치 않고 권할 정도다. 그 권유에 정말로 응한 사람은 많지 않지만······.
늘 스트레스성 두통을 달고 산다. 인상을 쓰지 않는 모습은 드물며, 그에 따른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건 흔한 일이다. 덕분에 또래 중에서 노안을 꼽으라면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때가 없다고.
힘 없이 움직이는 종이 인형과 비행기는 학원 여기저기를, 나아가서 도시 전체를 기웃거린다. 마치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나 학원 도시와 도쿄를 구분하는 경계선을 넘어서는 즉시 픽 쓰러진다. 우리에게는 도쿄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있으며,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단지 그게 전부다.
좋아하는 것은 꺾이지 않는 신념, 싫어하는 것은 방해가 되는 것.
목걸이는 어머니가 선물한 것이다. 그에 대해 언급한다면 덤덤한 태도를 보이나 여전히 목걸이는 자신과 떨어트리지 않는다. 그에게 존재하는 빛 바래지 않는 마음 중 일부나 다름 없다.
외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과 별개로 특별반이 도움을 청한다면 그대로 행한다. 제법 호의적이다. 멸망을 막겠다는 태도를 보여도 말리지 않는다. 일종의 ‘즐길 만한’ 변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신념을 관철하는 이를 상대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